음식 책
위스키 안내서 2022
★★★★★
단순 안내서인줄 알고 기대하지 않았으나 깔끔한 일러스트와 매우 친절한 설명으로 그야말로 위스키 입문자들에게는 최고의 책이다. 앞서 버번 위스키 책이 경험담이나 방문기를 얘기한다면 이 책은 위스키의 기초를 잘 정리한 책이다.
버번 위스키의 모든 것 2020
★★★★★
저자가 직접 미국의 버번 증류소를 탐방하면서 남긴 기록을 정리한 책으로 직접 탐방을 다녀와 사진도 많고 버번에 관한 모든 것을 잘 정리한 국내서다.
한식의 품격 2017
음식에 대한 여러가지 유용한 정보가 많다.
- 주방에서 직접 면을, 주문과 동시에 뽑는 덕분에 평양냉면은 한 켜의 가치를 덧입는다. 한식에서 드문 결의 신선함 말이다. p.34
- 공덕동의 무삼면옥을 권한다. 조미료, 설탕, 색소의 세 가지를 쓰지 않는대서 무삼이다. p.39
- 그래서 세 가지 만능 양념은 무엇인가. 만능 양념장과 만능 비빔장, 그리고 데리야키 소스다. p.75
- 시스템은 갈수록 복잡해진다. 과학에서는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이 이를 설명해준다. 음식과 맛의 세계도 마찬가지다. p.81
- 감칠맛의 영어 표기는 ‘umami’다. 바로 일본어 우마미의 음차다. 두 나라 음식 문화의 세계적 위상은 다르다. 스시와 사시미는 약과다. 김과 다시마도 일본어를 각각 음차한 표기, 노리와 콤부가 자리 잡았다. ‘Kimchi’와 ‘Bulgogi’처럼 대표 음식이나 인식하는 수준을 넘어섰다. p.146
- 다시마는 감칠맛이 ‘umami’로 자리 잡는 데 핵심 역할을 맡은 재료다. 1908년 일본 동경제국대학 교수인 이케다 기쿠나에 박사가 다시마 국물에서 네 가지 기본 맛과 확연히 구분되는 맛을 발견했다. 이를 바탕으로 1909년 최초로 상용 화학조마료가 시장에 등장했다. 이름마저 찬란한 아지노모토(맛의 근원)다. 한국에서도 ‘소(바탕, 근원)’와 의미가 통하는 ‘원’을 써 1956년 ‘미원’이 탄생했다. p.147
- 갈거나 부수면 미묘함은 모두 날아가고 가장 독한 매운맛만 남는다. 독한 톱밥 같다. - 후추, p.170
- 굳이 참기름이 아니더라도 한식의 채소 음식, 정확하게는 반찬에 더 잘 어울릴 지방이 있다. 바로 올리브 기름이다. 지중해를 중심으로 한 유럽 지역에서의 쓰임새가 얼핏 비슷해 보여 ‘올리브 기름=유럽의 참기름’이라는 말도 나온다. 오해 또는 착각이다. 맛의 성격만 따져보더라도, 올리브기름은 참기름처럼 소량만 써 액센트를 주는 용도로 쓸 이유가 없다. 그리고 이는 맛의 맥락과도 관련이 있다. 참기름, 들기름은 깨를 볶은 다름 짠다. 앞에서도 말했듯 ‘볶았다’는 고상한 표현이고 사실 태웠다고 말하는 게 정확하다. 그 만큼 강한 맛을 끌어낸다. p.201
- ‘치즈의 왕’이라 불리는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수레바퀴 같은 덩어리에서 쐐기 모양wedge으로 쪼개어낸 진짜다. 24개월 숙성 제품이 코스트코 같은데서 3~5천원대다. 최고급은 아닐지언정 그만한 돈을 치르면 역사와 전통이 맛과 합치하는 치즈를 먹을 수 있는 것이다. p.206
- 한식의 핵심인 국물은 그렇게 펄펄 끓는다. 하지만 ‘시원하다’며 즐긴다. 참으로 꿈보다 좋은 해몽이다. 극단적으로 뜨거운 음식을 입에 넣고 삼키는 과정을 신체는 고통으로 감각한다. 지나치게 온도가 높은 탓에 온도 수용기temperature receptor가 순간 오작동해, 정반대로 아주 차갑다고 느끼는 현상이며 일종의 경고 메시지다. 모순냉감paradoxical cold이라 일컫는다. p.220
- 쫄깃함은 삼단논법을 거쳐 칭찬이 된다. ‘쫄깃하다. 씹는 맛이 있다. 좋은 음식이다’의 과정이다. 씹어야 한다. 그래야 맛있고 한국 음식답다. 심지어 한국계 미국인마저도 “한국 음식의 특성은 씹힙chewiness“이라 소개한다. 그의 전문 분야인 양식 요리에서 가장 부정적으로 여기는 바로 그 씹힘을, 한국 음식 세계의 내재적, 생득적 특징이라 믿는 것이다. p.235
- 가난하면 먹을 게 없다. 식재료의 양이 부족하다. 입은 줄지 않는다. 가진 것의 부피를 최대한 늘려 나눠야 한다. 그래서 나온 음식이 국이며 죽이다. p.235
- 지방과 소금은 음식의 맛을 책임지는 가장 중요한 두 요소다. 백번 양보해 지방은 빠질 수 있다 쳐도 소금 없이는 맛이 완성될 수 없다. 이 둘의 부재를 담백함이 옹호한다. 결과적으로 맛없음을 옹호하는 꼴이다. p.246
- 반찬 문화의 허무함 또는 무의미함을 곱씹는다. 항상 따라붙는 자화자찬을 향한 허무함이다. 한식은 먹는 이가 골라 맛을 조합할 수 있는 ‘선택의 식문화’라고 주장한다. p.289
- 그을린 멜라민 식기는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다. 폐업한 뷔페에서 가져왔는지, 엉뚱한 상호가 찍힌 접시가 동네 밥집 식탁에 오른다. 자원의 재활용이라 긍정하기엔 그릇의 질이 너무 떨어진다. p.298
- 꼬리곰탕은 국산보다 싼 수입산을 쓰더라도 기본이 만 원대 중반이다. 싸지도 않지만 한식 특유의 반찬 문화가 격을 한층 더 떨어트린다. 반찬의 가짓수를 늘려 높아진 가격에 대한 기대치를 맞춘다. 하지만 천편일률 맵고 짠 반찬, 먹어도 그만 안 먹어도 그만 아닌가. 한 그릇 2만원이라는 파스타만 문제 삼을 상황이 아니다. p.351
- 기본 바탕인 국물과 재료를 분리하는 것이다. 흔히 ‘편하게 먹기 위해 재료를 낭비한다’고 생각하는 서양 요리의 기본 철학이 이렇다. 완전히 물크러진 파나 마늘이 대체 얼마나 맛있을 수 있겠는가. 이제 과감히 버릴 때다. p.353
- 숙성회는 ‘싱싱회’라는 명칭으로 통한다. 숙성한 생선에 왜 ‘싱싱’하다는 형용사를 쓰는가. 사연이 있다. 활어회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원래는 ‘선어회’라는 용어를 썼다. 하지만 활어회의 극단적인, 생명을 갓 빼앗아 얻어낸 상태에 대적하기엔 언어의 힘이 부쳤다. 그래서 고안해 붙인 용어가 싱싱회다. p.405
Last Modified: 2025/05/30 12:52:22